대개는 어수선/성우로드 썸네일형 리스트형 3. 혼돈의 발연기 건강 문제로 학원을 한 3개월 쉰다는 게 6개월이 되어버렸다. 안 그래도 퀴퀴한 느낌이 나던 내 연기는 6개월 새 푹 썩어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푹- 쉬었그든. 나의 이 퇴행은 썩는다고 된장처럼 더 구수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부패’라서 문제인 것….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연기였는데… 왕초보의 연기라는 것은 이렇게 푸슬대는 똥 같은 것이로구나! 새 마음으로 신나게 재등록은 했건만, 첫 수업부터 자꾸만 그냥 환불받고 집에 가서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싶었다. 언제는 잘해서 재미있었느냐 마는… 아, 못하니까 재미 없엉.ㅋ 성우는 연기자다. 영어로도 Voice Actor. 이게 목소리로만 연기한다고 해서 ‘가짜 연기’를 하거나 ‘연기하는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진짜 연기’를 해야만 목소리로 그게.. 더보기 2. 문장과 문장 사이 내가 처음 입을 열고 말을 뗀 건 생후 16개월이란다. “엄마, 아빠, 언니, 이모.” 모든 부모가 그렇듯 ‘우리 애 천재 아닌가’ 싶게 말을 잘했다던 내 인생 최고의 전성기. 지났다. 나는 코리안 네이티브라고 자만할 것도 없이 성우학원에서는 말 못 하는 애송이다. “그냥 읽지 말고 말을 해야지~” “말, 말하자! 읽지 말고.” “자, 지금 말한 건 읽기고, 우리는 말을 해야지!” 매 수업마다 같은 지적을 받으면서도 귀에 딱지가 안 앉은 건 전부 선생님 목소리가 좋아서다. 같은 말을 1년 넘게 하고 계신 우리 슨생님은 을~매나 짜증이 나실까아~ 아, 나는 언제쯤 말이 트일까? 한국어로 쓰인 문장을 그저 또박또박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대본을 받아들든 ‘남의 말도 내 말처럼!’ 자연스러운.. 더보기 1. 찾았다! 내 뼈를 묻을 곳 “해준, 노래를 배워 봐요. 몸통하고 입만 움직이면 되잖아.” 2016년에는 발목을 삐고, 2017년에는 손목을 다쳤으며, 2018년에는 목뼈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불운이 3년 연속으로 내 목들을 치고 지나갔다. ‘목’ 달린 신체 부위가 더는 없는 게 다행이라고 여겼던, 심히 험난한 시절이었다. 그때 만난 명랑한 친구가 내게 저런 말을 했다. “너에겐 아직 몸통과 얼굴이 남아 있어!” …맞는 말 중 맞는 말이었다. 당시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마음은 지루를 넘어 우울을 향하고, 무언가를 시원하게 분출하고 싶은데 뭘로 그렇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던 차였다. 그러나 노래를 배우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타고난 저질 성대의 소유자로, 내가 노래를 하면 가족들이 웃은 지 30년이 꽉 찼다. “아이고.. 더보기 뿜빰뿜빰! INTRO 머글(muggle)* 중의 머글, 노말(normal)중의 핵 노말. 저는 어려서부터 명확한 취향을 선보이거나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엄마가 묶어 준 머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엉엉 운다거나, 좋아하는 옷이 세탁기에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밖에 나가지 않는 아이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전 그저 마르고 조용하고 잘 휘청거렸습니다. 별 스타일이 없던 그 애가 자라서 제가 된 건데, 그렇다보니 당연히 저는 여전히 ‘취향’이라고 할 만큼의 일관되고 의식적인 기준이나 센스가 없습니다. 사실 이건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의 부재를 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쨌든, 저는 늘 궁금하긴 했습니다.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 주위엔 늘 있었거든요. 저는 그런 그들을 궁금해하면서도.. 더보기 이전 1 2 다음